스완-에세이(소근소근)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서 여기까지 오셨나요?

골디오션스토리 2021. 5. 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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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exels>

1달 전이었나? 회사가 해운대 해수욕장 근처이기 때문에 가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면 마냥 바닷가를 걷곤 한다. 매년 3월부터 5월까지 정부사업 제안서 작성에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에 아이디어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면 정말 고통스럽다. 매번 결과물로 경쟁하는 삶을 살아온 지 꽤 된 거 같다. 아이디어로 창작물을 내는 이야기를 하려니 20살 무렵의 나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지금부터 15년쯤 이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출처:pexels>

 24살의 나는 대한민국 건축대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건축대전 2개월 전부터는 건축모형을 만들고 설계를 하며 선배들의 심부름과 그들과 함께 토론하며 학교에서 살다시피 했다. 모르는 것은 선배들에게 물어도 보고 다른 선배들의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건축가의 삶이란 이런 거구나 하며 대전을 준비하였다. 아이디어를 잡기 위해 술을 마시는 사람들, 하염없이 낙서하는 사람들,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불안해하면서 다리를 떠는 사람들 등 많은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우리 팀은 운 좋게도 한 명씩의 명확한 아이디어가 모아졌다. 그때 당시 내가 짝사랑하던 후배가 내게 질문했다. "선배는 아이디어 어떻게 얻어요??"라고 "음, 나??" 나는 걷기만 하면 아이디어가 나를 부르는 거 같아. 머릿속에서 하나씩 다 조립된다니까"라고 대답했다. 후배는 경이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런 게 경상도 남자의 허세라는 건가...... 사실, 나는 아이디어가 없을 때는 시내 유명 서점에서 타이틀과 베스트셀러들의 제목에 주목한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러다 보면 제목들의 단어들에서 새로운 조합이 생각이 났다. 그렇게 아이디어와 기획을 끌어낸다. 내게 아이디어가 맛있는 요리의 신선한 재료라면 기획은 자르고 볶고 하면서 맛을 내고 음식의 테마에 이야기를 입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쩌면 내 인생도 그랬는지도 모른다.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에 다니는 동안 세상의 기술과 사회의 모습은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다.

<출처:pexels>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생활을 하고 있나 생각할 틈도 없이 세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며 말이다. 나는 내 손으로 만든 결과물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 그리고 다른 사람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듣는 것을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끈기가 없어서 건축의 길을 끝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친구 사물실에 놀러 가서 친구의 일을 돕는다. 우리가 아는 설계란 일은 사실 많은 부분이 서류작업이다. 그리고 공무원에게 제출할 자료를 만드는 일이 80% 이상이다. 서류를 만들고 복사하는 작업을 하다 보면 친구가 이야기한다. "이렇게 복사도 잘하고 워드도 잘 치는데 왜 이일을 끝까지 안 했냐?"라고, "알면서 또 물어본다."라고 대답을 잘라 말하지만 사실 친구도 이유를 안다. 건축기사로 생활하면 박봉에 자기 시간이 없는 삶을 20년은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내가 포기한 사실을 말이다.

<출처:pexels>

하지만, 운명은 얄궃게도 친구 사무실에서 건축일 하는 것을 나는 돕고 있다. 나의 친구는 곧 건축사가 된다. 시험도 다 통과했고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조금 특별한 감정이 들었다. 나도 포기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달렸더라면 내게도 후회가 없었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앞으로도 많은 부분이 변회 되는 사회 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새로운 사람들과 특별한 작업을 하는 것을 운명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것이 현재의 나의 모습이다. 세상의 그 어떤 사람도 나와 같은 삶을 살아오지 않아서 생각은 늘 다를 수 있다. 상대방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늘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출처:pexels>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아서 여기까지 오셨나요?'라고.

<출처:pexels>

앞으로는 후회하지 않르려고 누군가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라고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하려 한다.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는 내 마음속에서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가 나를 표현하는 단어인 아이디어로 시작해서 끈기로 끝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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