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에세이(소근소근)

사진을 보다가......

골디오션스토리 2021. 5. 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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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pexels>

 얼마나 오래됐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집 찬장 속에는 아버지께서 사용하시던 낡은 카메라 ‘니콘FM2’‘니콘 FM2’가 있었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할 무렵, 나는 아버지를 졸라 카메라를 얻어낼 수 있었다. 복학을 하고 적응을 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나에게 뷰 파인더로 보이는 세상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용돈을 받으면 필름을 사고 아르바이트 비용으로 또 필름을 샀다. 동네 구석구석, 바다, 산등 여러곳을 돌아다니며 나를 둘러싼 일상의 풍경들을 사진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다루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촬영물이 흔들리거나,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들부터,, 열정을 다해 찍은 나의 사진들은 그렇게 세상에 빛을 보지 못한 채,, 사라 진적도 많았다.

 

<출처:pexels>

 

 언젠가 시골의 풍경을 담고자 이모부가 살고 있는 마을을 찾은 적이 있다.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며 사진을 찍던 찰나, 이모집 마당에서 방금 목욕이 끝났는지 물기가 촉촉한 시골 개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이 시골개 순이를 처음 봤을 때는 태어난 지3개월 정도 되었을 때였다. 보통 시골개의 삶이란 일 미터도 채 되지 않은 줄에 매여 평생을 살아간다. 요즘은 사료를 많이 주지만, 예전에는 주인이 먹던 음식물 찌꺼기를 먹고 그렇게 살았다. 요즘은 반려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겼지만 아직도 곳곳에서 이런 삶을 살아가는 시골 개들은 많다. 순이는 6개월 후면 이모부와 함께 사냥을 하러 나갈 예정이다. 내가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이모는 순이 자랑을 한바탕 늘어 놓는다.

 

<출처:pexels>

 

하루는 이모와 이모부가 밭일을 하시는데, 휴대전화기가 거추장스러워서 밭머리에 휴대전화를 두고 일을 하셨다고 한다. 일이 끝나고 짐을 정리하다 휴대전화를 찾으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누군가 와서 훔쳐가기에는 밭이 외진 곳에 있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한참을 찾다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랬다. 순이가 밭머리에 둔 휴대전화를 물어다가 마당에 가져다 둔 것이었다. 이모와 이모부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순이가 정말 똑똑하다니까~ 핸드폰 잃어버릴까 봐 지가 알아서 집에 가져다 둔 거야~”

라며 침이 튀게 자랑을 하였다. 듣는 동안 나는

‘‘핸드폰 못 찾아서 고생했겠구먼,, 똑똑한 거 맞아??’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계속 셔터를 눌렀다.

 

<출처:pexels>

 

 순이는 마당과 시골 창고와 비슷한 공간에서 생활하는데, 이모부는 그런 순이 때문에 자주 산책과 사냥을 나간다. 산에 올라가면 여기저기 다니다가 이모부가 부르면 어디서는 달려오고, 이모부가 앉으면 그 옆에 앉아 함께 경치를 구경하기도 한다고 한다. 나는 순이를 들어 올려 눈을 빤히 바라봤다. 내가 쳐다봐서 머쓱한지 조그만 혀를 날름거린다. 시골 개의 특유의 순박함, 쿰쿰한 입 냄새가 찝찝했지만, 왠지 강아지를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출처:pexels>

 

 티브이에 나오는 멋진 외래종 반려견들, 주인이 명령하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그들을 보다 이모네 시골 개를 보고 있으면 뭔가 손해 보는듯한 마음이 든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나를 마치 하나의 구원자처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떤 존재에게 이렇게 까지나 맹목적인 애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도저히 가만히 두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 데다, 저러다 어디가 부러져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스러울 만큼 유쾌하게 돌아가는 꼬리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출처:pexels>

 

 개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의 차이는 6배가 차이 난다. 혹시 반려견이 지금 곁에 있다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두기를 기대한다. 나와 같은 공간에서 나와 인연이 있어서 함께 사는 반려견이다. 나에게 1초가 반려견에게는 61시간이면 6시간이다. 하루살이만 큼에도 삶의 기준이 있고 반려견의 시간도 그들의 시간이 흐른다. 인간에게도 100년의 세월이 주어지지만, 우리보다 시간의 기준이 느린 무엇인가는 우리의 시간이 훨씬 빠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시간의 속도와 함께 내 옆에서 나의 존재만으로 무한한 신뢰를 한다는 눈빛으로 벌러덩 누워 배를 보이며 내게 장난치는 시골 개가 감사하다. 이사진은 20년 정도 된 사진이다. 마치 어제 만나 함께 산책하며 거리의 바람과 햇살이 느껴지는데, 이제 사진이 아니면 내 눈에서는 볼 수 없는 나의 시골 개, 만나면 언젠간 해어지고 또 다른 어디에선가 다른 무엇을 만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시간의 흔적 중 하나인 사진은 아직도 나의 기억의 한 조각을 과거에 두고 있나 보다. 나는 또 어떤 반려동물을 만나게 될까?

 

<출처:pexels>

 

 사진은 시나브로 소멸해가는 순간을 기록하고 잊혀져 가는 추억을 잡아둔다. 지금은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모습, 그리운 얼굴들. 옛 시절은 여전히 사진 속에서 살아 숨 쉰다.. 시간은 많은 것들을 변화시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긴은 기억된다. 나도 다시 장롱에 넣어 두었던 카메라를 꺼내서 셔터를 눌러야겠다..

 

<출처: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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