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에세이(소근소근)

시골개의 추억

골디오션스토리 2021. 4. 3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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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스완남>

 

 나의 사진 속에 등장하며, 오늘 내가 소개해 주고 싶은 개는 흐리멍덩한 눈을 끔뻑끔뻑하고 있는 시골 똥개다. 황금색 털을 자랑하는 골든래트리버나 푸른 눈과 야성의 표정을 가지고 있는 시베리안 허스키를 기대한 사람이라면 조금 맥이 빠질 수도 있다. 친척 중에 사냥하는 개를 좋아하는 분이 계셔서 몇 번 구경하러 간 적도 있었다. 그 개는 야생에서 멧돼지와 맞서서 싸움하고 주인의 체취를 맞고 4km~10km의 거리에서도 집을 찾아온다는 소리를 듣고서 나는, 다음에 개를 키운다면 덩치 크고 잘생긴 개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 터였다.

<출처:pexels>

 비를 맞아서 평소보다 더 꾀죄죄한 모습이 보는 사람이 측은하게 만드는 강아지,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내 신발 끈을 물고 집요하게 당기다 내가 신발을 찾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자기만 꼬리를 흔들며 뛰어온다. 불쌍한 내 신발 끈은 운명을 다해서 나에게 혼이 난다. 혼이 나서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사진을 찍어 두었다. 다음에 또 불쌍한 표정으로 억울함을 토로한다면 너의 연기에는 더 속지 않는다고 하며 사진을 내밀어 주려고 말이다.

강아지를 들어 올려 눈을 빤히 바라봤다. 내가 쳐다봐서 머쓱한지 조그만 혀를 날름거린다. 시골 개의 특유의 순박함, 나 버리고 어디 가면 안 돼 하고 내게 말해주는 표정은 나의 작은 행복과 같았다. 쿰쿰한 입 냄새가 찝찝했지만, 왠지 강아지를 밀어내고 싶지는 않았다.

 

<출처:pexels>

 

 

 티브이에 나오는 멋진 외래종 반려견들, 주인이 명령하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그들을 보다 우리 집 시골 개를 보고 있으면 뭔가 손해 보는듯한 마음이 든다. 그런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녀석은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나를 마치 하나의 구원자처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어떤 존재에게 이렇게 까지나 맹목적인 애정과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도저히 가만히 두는 건 불가능해 보이는 데다, 저러다 어디가 부러져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스러울 만큼 유쾌하게 돌아가는 꼬리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

 개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의 차이는 6배가 차이 난다. 혹시 반려견이 지금 곁에 있다면 함께 보내는 시간을 많이 두기를 기대한다. 나와 같은 공간에서 나와 인연이 있어서 함께 사는 반려견이다. 나에게 1초가 반려견에게는 61시간이면 6시간이다. 하루살이만 큼에도 삶의 기준이 있고 반려견의 시간도 그들의 시간이 흐른다. 인간에게도 100년의 세월이 주어지지만, 우리보다 시간의 기준이 느린 무엇인가는 우리의 시간이 훨씬 빠르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시간의 속도와 함께 내 옆에서 나의 존재만으로 무한한 신뢰를 한다는 눈빛으로 벌러덩 누워 배를 보이며 내게 장난치는 시골 개가 감사하다. 이사진은 20년 정도 된 사진이다. 마치 어제 만나 함께 산책하며 거리의 바람과 햇살이 느껴지는데, 이제 사진이 아니면 내 눈에서는 볼 수 없는 나의 시골 개, 만나면 언젠간 해어지고 또 다른 어디에선가 다른 무엇을 만난다는 것을 잘 알지만, 시간의 흔적 중 하나인 사진은 아직도 나의 기억의 한 조각을 과거에 두고 있나 보다. 나는 또 어떤 반려동물을 만나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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