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에세이(소근소근)

episode1.<유시진의 그녀>

골디오션스토리 2018. 8. 1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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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01.  < 유시진의 그녀>

 

1. 1일째
  
   좁다란  골목을 한참 지나서야 군인사택이 보였다.
   햇살은 따스했고, 이제 막 아이들을 태우고 출발하는 유치원 버스를 향해 몇몇 엄마들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3주간의  계약 기간 만료 3일을 남겨 두고 관리사 교체요망.
   흔치 않은 상황이어서 잔뜩 긴장을 하고 현관벨을 눌렀다. 잠시후,  조심스레 문이 열리고 그녀를 볼수 있었다. 하얀 목련꽃....
   창백할 만큼 하얀 피부에 눈빛이  공허한....
   그녀는 예뻤다. 잠시 넋을 잃고 바라봤다.

 

"아~ 어서 들어 오세요."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고 그제서야 퍼뜩 정신이 났다.
"안녕 하세요?"
거실로 들어서며 일부러 밝게 말을 걸었다. 분명 관리사교체 이유는 중요한 사항  이므로 무거운 분위기가 오히려 심각해질수 우려도 있으니까.....

"아기는 자고 있나요?"
"네... 방금 분유 먹고 잠들었어요....."
" 그럼  손부터 씻고 아기좀 잠시 볼께요..."
여느 신생아처럼 천사같은 모습으로 잠든 아기는 특별히 다른 차이점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커피잔을 건네는 그녀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무슨일...있으신거예요?...3일이면종료되는 시점에서 교체되는 일리 흔치 않아서요...."
"...그렇죠..."   그녀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근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희애가 정말 이상한건지 ...그분이  더이상 못 보겠다 하시길래..."
"?..."
그녀는 곧 울음이 터질 지경이었다.
" 처음엔 정말 잘해주셨어요. 워낙 경험도 많으시다하고 저도 그분이 필요하다는건 다 사다 드렸구요... 저희애가 자주 칭얼대는건 저도 잘 알아요...그럴때마다 힘들다 하셔서 제가 죄송하다 했는데... 어제는 제가 쉬려고 방에 들어 갔어요. 갑자기 아이 울음소리가 심상치 않을 정도로 떨리는 거예요...."

 

그녀는 놀래서 거실로 나갔고, 관리사는 아기의 머리가 흔들릴정도로 거칠게 다뤘다고 했다. 그러더니  여태 많은 아기들을  봐왔어도 이런 아기는 처음이라면서  더이상 못하겠다  했고 .  홧김에 그녀 또한 내일 부터 나오지말라고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녀의 눈빛은 감정이   없어 보였다.


외모. 성격. 각각 다르듯이 아기들도 마찬가지 인데 ...아기들이 표현하는 건 울음 뿐이다.  이 울음소리에 인내심이 필요한건 당연한거고....

할말이 없었다.
때마침 , 아기가 깼다.  아기의 표정은한눈에 봐도 짜증이 나 있었다.
평소에 난 아기들과의 대화에 있어서는 수다스러운 편이다. 많은 산모들이  내 흉내를 낸다고 하니 그 방법이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현우야..~ 그동안 많이 속상했구나... 이제 안심해.. 넌 괜찮을거야..."  아기의 귓가에 대고 반복해서 괜찮아. 라고 속삭여 줬다. 머리칼도 쓰담해주고 이마도 쓸어주고...볼도 만져주며....


오후가 되어서 목욕을 해주고나니 오전의  표정보다 훨씬 편해 보였다.

 

 

 

 

 

 

 

그녀는 별 기대없이 나를 만났다고 했는데.... 좀 놀라는 눈치였다.
큰 아이 역시 유치원에서 돌아와 선뜻 현관을 들어서지 못하고 문뒤에 숨어 있으니 그녀가 아이를 달랬다.
"오늘은 다른 선생님이야. 들어가자!  현아..."
아이의 목소리가 금새 튕겨 올랐다.
"정말?" 이내  토끼마냥 깡총 거리며 들어 와서는 내 주변을 호기심어린  눈으로 서성이는 모습이.. 좀 많이..짠하게 느껴졌다.
어린것이 그동안 맘을 졸이며  하원 후에도 제집 오는게 많이 부담스러웠던 모양 이었다.

 

  그녀의표현은  표정없이 매케 했다.
아이들을 대하는 행동역시 여느 엄마들처럼 호들갑스럽지도 않았다. 그런 그녀여서 더 특별해 보였다.

자연스레 거실 한 복판에 걸려있는 가족사진으로 시선이 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가족들은 청바지에 흰티를 입고 옹기종기 둘러앉는 포즈가 정해져 있듯이 똑 같다.
사진속의 그들은 함박웃음으로 행복하다는 상태 메세지를 사람들에게 보내고 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미소를 짓게 만드는 신비한 묘약이 가족사진인듯 싶다. 

 

 

2.  2일째.

 

현우는 눈에 띄게 차이를 보였다. 미간에 주름으로 시종일관 울기만 하던 아기표정이 이곳저곳을 응시 하곤 했다. 목욕시간도 일정치 않아서 아기가 배고플때 목욕을 하니 자지러지게 울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본능적으로 엄마 양수 속에서 지낸 아기는 목욕을 싫어하지 않는다.

 배고픈것도 참아주지않는다. 그런 까다로운 신생아를 어른의 시각으로 돌봐서는 안되는데..가끔 그런 사실을 인지하지 않는 어른이 있기때문에 아기들이 시위를 하는건 당연한게 아닐까?


" 정말 저희 아기가 이상한건가요?..다른 아기들은 심하게 안운다면서요...병원에 가야할정도인지..그래서 한동안은 애가 미웠어요. 당연히 안아 주지도 않았고..눈물만 나더라구요.."
"무슨 말이예요. 이상하다니.. 현우는 이상하지 않아요.."
"정말요?..."
" 아기들의 언어가 울음이고 현우는 울음으로 자기표현을 한거 뿐인데... 어른들이 그 맘을 몰라준건데...  오늘 현우 표정이 어제보다 훨씬 편해보이지 않으세요?"


정말 차이를 나만 알고 있는지는 아닌가 싶어 물었다.


"어제 이미 표정이 바뀐거 알았어요.." 그녀가 생긋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다'


그녀이름은 한.모.연.
처음 산모신상을 접했을 당시.그때는 몰랐다.
군인 사택이니 아빠가 당연 군인일거고...무심코 가족 사진을 보며
" 아빠 계급이 뭐예요?"
" 대위예요.."
"?... 모연씨!... 유시진 대위님 이네요?..."
"ㅎㅎㅎㅎ 그런소리 많이 들어요. 외모는 정반대지만..."


한때 뜨겁게 달궜던 송송커플의 신드롬을 자아냈던 드라마의 주인공 직업이 군인 이었고 여주 이름이 모연이었다.

"두분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 하네요... 이렇게 예쁜 모연씨를 군인 아저씨가 만날려면...ㅎㅎㅎ" 빼어난 미모덕에 나역시 그녀가 배우자에 대한 눈이 상당했을거란 선입견에 그런말을 했지만 곧 아차 싶었다.


그녀는 워낙 내성적이었다고 한다. 글을 쓰고 싶었는데 어려웠다고.. 그래서 친구들 만나는거 보다 집에서 혼자 책보는게 좋았다고 했다.  친구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됬는데..  그이후로 데이트를 할때마다  러브레터를 꼭 받았다고 했다. 한번도 생략없이 헤어질때면 손에 장문의 편지를 손에 꼭 쥐어주며 돌아섰는데....  남편의 글필이 자신을 감동 시켰다며 돌아가는 뒷모습이 늘 설레였다고 했다.


" 아이 아빠는 새벽에도 나갈때도 많아요. 12시넘어 퇴근하기도 하구요.. 육아를 도와주지도 못하고 바라지도 않아요."
" 아 ~ 그렇구나.. 요즘 아가씨들 결혼기피 대상이기도 하다면서요? 근데 난 군인 멋있던데.... 나 태양의후예 보면서 유시진 대위한테 완전 몰입 해서.... "

"전 뭐든 재미있는게 없는 성격이예요.. 다 그저그런 생활 하는거다 싶고  결혼생활도 아이재롱도 귀여운지 잘 모르겠고..."

그녀를 처음 만났을때 공허해보이는 하얀 목련꽃이 떠올랐던게 이런 이유였을까?


3. 마지막날.

 

현우의 분유량이 또래 주수의 아기들에 비해 양이 많은 편이었다
신생아들은 모유이든 분유이든 잘먹어야 잘 크긴 하지만 보통 하루 주유횟수는 10회 내외이고, 총 양도 1000ml 를 넘기지 않는것이 좋다.  현우.현아 남매도 어느정도 안정되었고, 다만 그녀의 산후 우울증이 염려 되었다. 모든 산모들이 정도의 차가 있을뿐 심경의 변화를 겪는다는걸 가족들은 알아 줬으면 싶었다.
내일부터 혼자 감당할 모연씨가 걸리긴 했지만,  세상의 엄마들은 강하다.  모연씨 역시도 현명하게 잘 지내겠지...
"오늘이 벌써 마지막 이네요.."
"그렇네요.. 모연씨 만날수 있어서 정말 반가웠어요. 현우, 현아 잘 키우시고...가끔 연락 주세요.."
"네.. 덕분에 3일동안 좋은기억이 그동안 맘쓰였던 일들 다 잊었어요. 쓰시는 글 항상 읽을게요. 응원 하구요.."

그렇게 한달즈음 시간이 흘렀다.

 

 

 


 


'카톡'

 


그녀에게 한장의 카톡사진이 도착했다.
현우가 제손으로 머리칼을 움켜쥐고 울고 있는 모습.


" ...현우가 자기 손으로 머리칼을 잡아당기고 아프다고 우네요...
하도 귀여워서 보내 드려요~^^"

유시진 대위의 그녀는 아마도 소소한 재미를 알게 된듯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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