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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에세이(소근소근)

episode 2. <아빠는 대학생>

by 골디오션스토리 2018.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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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2.    < 아빠는 대학생 >








'딸랑딸랑...'   신영은자신도 모르게 출입구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급히 홍보용 전단지를 건네고 돌아서는 아저씨를 쫒는 시선이 잠시 멈췄다.


 언젠가부터신영에게 신경쓰이는 상대가 생겼는데..

 매주 금요일 저녁이면 감자 고로케만 사가는 남학생이다. 


지난 금요일.

유난히 키가크고 테없는 안경을 낀 그가 말없이 고로케만 담는 모습이 지나치게 신중해  보여서

 그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동시에 그와  눈이 마주쳤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수줍어 얼굴을 붉힌채로 돌아섰다. 처음신영은 대학교앞  베이커리 아르바이트광고를 보고  망설였었다.

 그녀는대학을 가지 않았다.산부인과 병원서 조무사로 일하는 엄마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고,

 특별히 공부를 잘한것도 아니라서 차라리 재봉기술을 배우고 싶어 학원비마련을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찾던중에 이곳을 지나게 되었는데,괜스레 대학생들 사이에서 상처를 받지는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베이커리에 드나드는 학생들에겐 의도적으로 눈길을 안 주던

 신영이 관심을 갖기시작한 상대가 바로 금요일고로케 남학생이었다.   


왠일인지 오늘은 퇴근시간이 다 되도록 모습을 나타내지 않는걸보니 안오려는 모양이었다.

'섭섭한걸...' 신영은 괜스레 짜증이 났다. 밖으로 나오니 비가 내리고 있었다. 

 뛰고싶지 않았다.



그렇게 한동안 서있으며 행여 그가 오지 않을까...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정말 지금... 눈앞에  ... 그가 ...서있다.  우산을 들고.....

가 말을 걸어왔다.

" 이제  고로케 질려서 못 먹겠어요..."

"네?...."

" 3개월째예요..오늘은 고로케 말고 술 마시죠.. 우리...두시간  동안 기다렸어요..."



둘은 그날부터1일이 되었다. 지방에서 학교를 다니던 그가 금요일이면 집으로 오는길에 매장안에 있던 신영을 봤고, 신영에게 다가가기위해 고로케를 산거였다.


엄마와 단 둘이 지내는 신영한테 그는 오빠였고 아빠였다.그리고... 첫남자였다.  

 늘 그와 함께여서 좋았다.주중엔 그를만나러 가기위해 엄마에게 거짓말도 불사했다.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도 모르게 서로에게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던 여느 아침과 다르지 않던 날.



엄마가 건네주던 계란후라이를 받자 마자 속이 울컥 올라왔다. 도무지 멎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머리속이 뒤죽박죽이었고,가슴은 요란하게 뛰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생리대를 산지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제서야 겁이 덜컥났다.


매월 달력에 하트표시를 마킹해놓은게 4개월전 이었다.

그런데도 전혀 몰랐다. 이렇게까지 둔하다니... 평상시와 다른 신영을 보고 그가 손을 잡았다.

"말해봐. 신영아 왜그래?"
"...오빠... 나 임신한거 같아...."

그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무서워서...엄마한테는 말도 못하겠어. 분명 나쁜말만 할거야..."

아들귀한 집의 막내아들인 그는 군대도 다녀와야하고 졸업도 1년이나 남은상태에서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일주일만에 그에게 연락이 왔다.

신영은 막연하게 자신이 상처를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그의표정은 고로케 고를때의 그때와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상황에서

신영은 어이없게도  또 웃음이 새어나왔다.


"신영아!.. 정말  미안한데... 너한테 이렇게밖에 못해줘서... 면목없지만 우리.... 

 집에다 계속 말하지말자."

" 그말은 무슨 의미야? 그럼...어떻게 ..하자는거야...? 설마"

"대신 병원에는 나랑 가자..내가 잘 돌봐줄께..그러구 아이낳을때 그때 말하자!

 그렇게 우리 아이 지키자..!"

양쪽 집에서 아이를 못낳게 할지도 모를 만약까지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다.


신영은 펑펑 울었다.  상처받지않아서 다행이라며 울었다. 지켜주겠단말을 들어 기뻐서 울었다.

그렇게 신영은 21살에 엄마가 되었다.


신영은 미역국 대신 어제 시켜먹고 남은 치킨으로 아침을 먹는다.


엄마는 산부인과에서 근무를 하지만 그곳에서 분만은 하지 않았다.

  대신  분유회사에서 받은 증정용 상품을 잔뜩 챙겨다줬다.  

엄마가 출근을 하다보니 태어난 아기를  혼자 돌보는게 쉽지 않다.특히 제일 힘든건 수면이었다 . 잠을 실컷 자는게 소원 이었다.  아기는 희한하게 새벽에 더 자주 깼다. 잠결에 분유를 타고 꾸벅꾸벅 졸면서 먹이다보면 젖병이 빠진것도 모른다.

산후조리원이란곳도 들어는 봤지만 그동안 다른사람들의 시선들이 불편해서 선뜻 가고 싶지 않았다. 비용도 너무 비싸서 엄두도 낼수 없었고,   모든걸부모님 지원으로 생활하는 오빠한테도 부담을 줄수는 없다.


어떻게든 혼자  최선을 다해 보려했는데 ... 역시 생각대로 쉽진 않았다.

아침 출근길에  엄마가 신영과 아기를 케어하실분이 오실거라 했다. 

낯선부인과 1주일이 가능할까 걱정이 앞섰지만, 지금은 가릴처지가 아니라 도움을 받기로 했다.

'마담스완'이라고 소개하는 관리사선생님은 좀 특별한느낌이었는데 신영이 생각하는 어른과는

 확실히 달랐다. 일단 잔소리를 하지않아 좋았다. 얼마만의 꿀잠인지 모르겠다.

 아기의 울음 소리도 들리지않았다. 




눈을뜬건 초저녁이 되서였다. 신영은 벌떡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아기는 이제 막 목욕을 끝내고

 옷을 갈아 입고 있었다. 피부는 반들거리며 윤이 나고 좋은 냄새가 났다.  신영은 울컥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서...그동안 제대로 목욕한번 시켜주지못해 미안했다. 아기가 너무 작아서 씻기는 것도 겁이나 그저 물속에 담궜다 대충 수건으로 닦았고.

 변을 봤어도 물휴지로 닦아냈었는데...


아기표정이 너무 편해보였다.

"제가 많이 부족하죠?... 우리 아기한테 미안한게 많아요..."

" 신영씨!... 엄마들은 늘  미안해하죠... 나도 내아이들한테 미안한거 투성이고

 저희 엄마도 저한테 늘 미안하다고 해요... 아마 신영씨 엄마도 신영씨한테 미안한거 많으실걸요?"


아~  뭔지 모르지만... 위로받는 이기분은 뭐지?"

왠지 오늘밤엔 아기가 보채도 지치지 않을거 같았다.











 신영은치킨을 좋아하다. 특히후라이드가 맛있다. 아무리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선생님은  말리는 대신 미역국과 곁들이라고만 하신다. 역시나 잔소리를 안하니  양보가 되서 자연스레 먹게 되었다. 


식사메뉴는 신영이좋아하는 탕수육이라던가 돈가스. 샐러드 위주로 해주는데...  묘하게 미역국도 항상 곁들이게 된다.  그동안 국에 말은 밥은 늘 불어서 버리기 일쑤였던 미역국하고는 확실히

 다른수준이었다.

어느사이에 선생님께 그동안의 일들을 봇물터지듯 쏟아내게 되었다. 혼자 움켜쥐었던 불덩어리가 몸밖으로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누군가에게 드러내는게 익숙치 않았던 내가 ...' 

새삼 놀라웠다. 

선생님과의 일주일 끝나는 날. 오늘은 오빠도 오는날이었다.

" 선생님!... 오늘 오빠와요..."

"그러게 ...신영씨 좋겠네~.. 오늘 더 이쁜 이유를 알겠네..오빠랑 같이 먹어요. 아보카도 비빔밥 만들어 놓고 갈께요. "

"티비에서 봤던 음식이었는데....오빠도 선생님 보고 싶대요...선생님 얘기 많이 했거든요..."

"그랬어요?... 틈틈히 세식구 사진 보내줘요... 그리고 신영씨~ 이말은 꼭 해주고 싶었어요..."

"네?"

"나도 걱정 많은 어른이라 ..어쩔수 없었나봐. 신영씨 얘기 들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젊은 친구들의 선입견이 좀 창피하기도 했어요. 신영씨하고 오빠같은 친구들도 많을텐데....하고

두사람 참 기특해요..앞으로 씩씩하게 잘 살거예요. 젊은 엄마 아빠라서..."


오빠는 군면제를 받아  졸업하면 바로 인천쪽 직장이 잡혀 아기 백일이 지나면 인천으로 미리옮길예정이다. 

시부모님이 작은 아파트 전세를 마련해주셨고.. 시누이 두분은 아기용품이며. 기저귀,분유를 마련해서 보내주신다. 

신영은 요즘 감사한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아기 첫생일날. 두사람의 결혼식도 같이 하기로 했다.

 이 제안은 스완선생님이 했다. 외국생활을 오래 해서인지 뭐든 간단했다. 

엄마처럼 일을 크게 만들어서 하기도 전에 포기했었는데...

 선생님의 말을듣고 오빠랑 의논했고....오빠역시 흔쾌히 찬성했다.

선생님 말이  우린 어려서 뭐든 자연스럽고  이쁘게만 보일거라 걱정할필요가 없다고..그래서 못할게 없다고 했다.

 그날의 참석도 미리 약속하고 그들은 헤어졌다.

신영은 새로운 친구가 생겨 맘이 놓였다. 앞으로 마담스완이 신영의 소소한 일상을 귀담아주고 응원해줄 친구가 될거 같았다...그래서 또 감사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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