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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에세이(소근소근)

망망한 사회라는 정글

by 골디오션스토리 2021. 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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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그리고, 습관

 결국 회사를 만들었다. 쉬면 좀 더 고민할 줄 줄 알고 기약 없는 제안서에 사업계획서를 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어느 날 문득 스타트업 회사로 가 나도 창업을 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들을 급하게 정리하고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축하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놀랐다. 모두가 나는 유난 떠는, 팔자 좋은, 나데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내 마음속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걸까? 아무튼 예전 회사에 나가지 않으니 시간이 너무 많다. 아니, 시간은 없지만 뭘 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영 어색하다. 아직 상황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인가???

 저녁에 눈을 뜨니 햇빛이 물러나고 있다. 싫다. 오후 7시 부근에 눈을 뜨면 그렇게 밝지 않은데, 8시 30분만 되어도 어두워지고 나만의 업무가 시작된다. 두르러기와 여드름 상처투성이인 피부에 짜증과 성급함부터 솟구친다. 페이스북과 포털을 뒤적인다. 내가 관심 있어하는 어떤 이는 늘 내가 아는 사람 혹은 모르는 사람,  만나러 가고, 보고, 듣고 그리고 웃고 있다. 나만 도태되는 이 순간 그리고 기분. 그 사람은 특별하거나  별거 아닌 것 같은 기분에 또 휩싸였다. 올리는 글들도 다 재미있고, 표현도 특별하고, 난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이도 저도 아닌 시간은 나를 어색하게 한다.

 그러다가, 고양이와 방구석에서 운동 하고 니코틴을 잔뜩 흡수하고 샤워하면서 오늘 할 일을 좀 고민했다. 얼굴 이라도 괜찮은 게 어디야, 하면서. 할 수 없는 걸 억지로 하려고 하지는 말아야겠다. 고민한다. 그리고 공허함이 제일 두렵다. 새롭게 시작만 선언한 상황에서 무언가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무기력과 공허함은 항상 의지 자체를 꺾어버린다. 멀쩡한 나무를 보기싫다고 뿌리째 뽑아버리는 것과 같다. 이미 병들었고 돌이킬 수 없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현재, 물론 일시적이지만,

 고양이를 안고 있는 시간, 가을바람과 아이들과 엄마들이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들, 은행잎도 지고 코스모스도 시들해지고 있다. 나무 아래 벤치에 누워 있어야지. 잠시라도, 계절을 몇 분이라도 온몸으로 느껴야지. 금세 겨울이 올 테니까. 나는 건강히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

 

오늘도 변화해 가는 과정

"내가 힘들 땐 세상모두가 즐거워 보여요. 그중에 내만 힘든 거예요.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그렇게 느끼는 에요."

확실히 경험자한테 듣는 이야기는 큰 힘이 된다. 몸에 상처가 났을 때 옆에서 누군가가 '금방 나을 거예요'라고 해주는 게 더 큰 위안이 되듯이. 주변에서 날 너무 매너 좋은 사람, 혹은 곧이곧대로 인 사람처럼 보는 듯해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글쓰기 모임에서는 작가님 말처럼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없었다는 평을 했다. 써온걸 들어보니 구구절절 잘도 써왔다. 어쨌든 겨우 두 번째 모임이고 많은 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나아지는 과정, 변화해 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집에 혼자 있을 땐 한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며 나의 무능함과 아무생각 없음을 자책하고 힘들어하지만, 그 강도는 어제보다 조금은 얇아지고 만만해진 느낌이다.

 누군가가 비오는 날에도 글을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내게는 그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늘 날씨가, 몸이, 마음이, 정신이 역동적일 때만 글을 생각한다. 생각하고 그려내지 못하면 좋은 생각을 한다 해도 좋은 글로 쓸 수 없다. 묵직하고 어둡고 무기력한 비 오는 밤일 때가 싫다. 어쨌든 좋은 생각을 해보자~!

나이고 싶으면서, 나일수 없는 마음

 회의가 끝나고 사업계획서와 기술 평가서를 받았다. 바로 연구실로 향했고, 대출도 접수했다. 내 차례가 되어 들어가니 담당자가 있었고, 건조한 목소리로 내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어떤 기술을 가진 회사인가요?법인인가요 개인인가요? 사업은 처음인가요, 창업하고 선정되고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를 생각하고 있나요? 등등, 한참 있다가 창구에서 기다리는 나를 본 담당자는 연구실로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했다. 시간별 프로그램이 짜인 곳이라서 다음 미팅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매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출을 끊고 새로운 돌파책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고. 집에 돌아와 닥치는 대로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낙서장에는 내 빛나는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낙서해 주었다. 그것도 기승전결이 있는 단단한 비즈니스 이야기로, 그 이야기는 내가 잠이 들 때까지 계속 생각하였다.

 대출기관은 기약 없는 기다림을 내게 선사했다. 낮이고 밤이고 기다리기만 하게 된다. 대출신청을 한 뒤로 시간이 더디게 흐르는 것 같다. 결국 나는 쉽지 않은 시장을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싶으면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나 생각한다. 언제나. 이 복잡한 아이러니는 나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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