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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에세이(소근소근)

시금치 카레의 기억...

by 골디오션스토리 2021.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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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youtube>

무엇을 먹을까 고민스러울때...

무엇을 먹을까 고민스러울 때 내가 항상 찾는 메뉴가 있다. 음식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면서 부터 나의 음식 스승들이 많아졌다. 동네에 이웃, 집에서는 가장에 속하는 분들을 '형님' 혹은 '친구'라 부르고 있다. 사실 대부분의 아버지들이 지금 나의 또래이기 때문에 '아저씨' 혹은 '누구누구 아빠'라고 부르기에는 내 입에 호칭이 딱 맞진 않다. 그렇다고 '쌤' 이라 부르기엔 내 나이가 이제 너무 많아져서 경솔하게 느껴 진다고 해야 할까?

 

'형님'이라 부르는 아저씨들이 내 주변에 대부분이면서 나는 부모님 보다  이들과 자주 어울린다. 라면을 끓이다가도 이들과 함께 할때도 있고, 동네에 궁금한 것이 생겨도 형님들을 찾는다. 물론 그들의 가정이 허락해 주는 시간에 한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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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봄기운이 다 오르지 않아서 외투의 두께를  고민하는 오후였다. 나의 형님들중 한 분인 밥집사장님 출신 형님이 카톡을 보내 오셨다.

'당신, 집에 언제 오는가~~'

'지금 집입니다만,,,,'

'기다리라 곧 간다.'

형님은 물컹한 뭔가가 들어 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내밀며 '까레'라고 했다. '까레?? 내가 아는 카레 말하는건가?? 갑자기 카레를 내게 왜 내미는 거지??? 집에서 쫓겨났나??'

 

비닐봉지 속에는 노란색과 초록색의 정체모를 형상을 한 덩어리가 보였다. 예상대로 카레가 맞았다. 이 형님 사투리가 심해서 그런가 카레를 '까레'라고 하는것 같다.

 

"아니 카레는 뭡니까?"

라고 말하니 바로 받아 치신다.

"뽀빠이 알제?뽀빠이 시금치 먹으면 힘쎄지는 놈, 니 힘 좀 내라고 내가 카레 한번 만들어 봤다. 3분만에 만드는 카레하고는 질적으로 다르니까~~ 먹고 감상평을 한번 이야기 해도~~"

식탁에 비닐봉지를 벗겨낸뒤 카레를 자세히 봤다. 직접 만든 카레. 어디부터 직접한거지?? 나는 개인적으로는 카레 매니아다. 강황으로 누를 만들어 먹을 정도의 실력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인도카레와 일본카레 그리고 한국카레는 각각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다수 기억하는 카레의 맛은 특정 브랜드의 작품이라고 해야 할것이다. 내 주변의 지인들은 세상의 모든 카레의 맛이 '오OO 카레' 로 시작하는 불쌍한 경우도 숱하게 봐 왔으니 말이다.

<출처:youtube>

 하물며 시금치 카레?? 나는 오래동안 초록색 카레를 관찰했다. 공장에서 나온 특유의 향이 아니었다. 초록은 잘 갈아져서 형님이 재료를 말하지 않았다면 알아 낼 수도 없었을것 같다.

 

형님 말대로 생크림을 조금 부어 따뜻한 밥위에 얹져 보았다. 나는 밥을 데충 비벼 흰밥과 카레가 덜 비벼진 그 어정쩡한 맛을 좋아 한다. 여느 경양식집 혹은 카레 프렌차이즈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맛과 향이 나를 놀라게 했다.

 

더 놀라움은 목넘김이었다. 보통 카레의 맛이라고 생각하면 카레향의 맛이거나 맵거나 하는 생각을 한다. 형님표 시금치 카레는 마치 고급 스튜의 풍미와 생크림의 달콤함이 가게나 식당에서 맛볼 수 없는 맛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도 나름 카레라고 하면 자신 있었는데 내 입이 이 식감을 기억하지 못하길 바랬다. 레시피를 정확히 알지 못하니 계속 시금치를 갈아 제끼야 하는 운명인데... 포기하고 다른 카레를 먹을 때마다 이 맛이 떠오르면 속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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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형님과 커피숍에 갔다. 형님표 카레, 전직 밥집사장 카레를 맛 본 소감을 전하고 싶었다.

"형님 뭡니까. 어디서 뚱쳐온 레시피 입니까? 나도 가르쳐 줄겁니까 아니면 평생 내옆에서 카레 해줄겁니까?"

"와?! 쪼매 맛있었나 보내~~ 입은 고급이구만... 하하 우리 마눌님이 카레를 좋아해 가지고 내가 카레로 꼬셨다아이가~ 엊그제 시장 지나가는데 어르신이 추운데 시금치 팔고 계실길래 그냥 마. 다 사와가지고 오랫만에 실력발휘 함 해봤다."

"카레로 재기  하세요. 요새같이 이런 시국에 사업을 권하긴 뭐하지만,,,,,"

"됐다~마, 어려울때 이런때는 소나기는 지나고 보자, ,,니가 맛있다는거 보니까 아직 실력 안 죽었나 보네"

<출처: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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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과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 그리고 한 치 앞을 알수 없는 시절이다.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되는 세상, 그리고 무엇이나 먹고 만들고 얻을 수 있는 시대다. 풍요와 편리함이 만연하는 세상이지만, 번거롭고 여러 과정의 손이 많이 가는 먹거리에 나는 아직 관심이 많이 간다. 한번 맛보면 실력없는 나를 원망하게 되는 그맛,

 

지금도 나는 시금치를 손질한다. 내 혀끝 감각들의 조각을 최대한 모아서 형님이 내게 남겨놓은 카레맛의 기억을 재현해보려고 말이다.

시금치 카레,,, 한번은 꼭 맛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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